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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줄글

느릴지라도 생동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by 하구땡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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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y from above, Regard my dear

하늘에서 내려온 영광 널 존경해 내 사랑

It's all downhill from here

여기서부터는 전부 내리막길이야

In the wake of a hurricane

허리케인이 지나간 자리

Dark skin of a summer shade

짙은 피부의 여름 그늘

Nosedive in the flood lines

급하강하는 홍수

Tall tower of milk crates

높이 쌓아진 우유 상자들

It's the same way you showed me

네가 내게 보여준 방식과 똑같아

.

.

If you could die and come back to life

만약 네가 죽은 뒤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Up for air from the swimming pool

수영장에서 다시 공기로

You'd kneel down to the dry land

너는 무릎을 마른땅에 무릎을 꿇고

Kiss the Earth that birthed you

너를 잉태한 지구한테 입 맞추겠지

Gave you tools just to stay alive

너에게 살아남을 수 있게 도구들을 주고

And make it out when the sun is ruined

태양이 망가져도 이겨낼 수 있게 했지

That's the same way you showed me

네가 내가 보여준 방식과 똑같아

You showed me love

사랑을 보여준 방식

.

.

Remember life

삶을 기억해

Remember how it was

어땠는지 기억해

 

<Pink + White / Frank Ocean>

 

 

 

 


 

마지막으로 보라매공원을 걸었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쨌든 이 주도 안된 것 같은데 그 사이에 꽃이 만개할 대로 만개했다.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나무 밑에서 사진도 찍고 내가 다니던 사람 한 명 없던 뒷길에도 무리 지어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려나 했더니 어느새 가보면 이미 개나리는 만개해 있고, 목련 봉오리며 벚꽃이며 활짝 펴있다.

 

새삼 처음으로 그런 만물의 생동에 감회가 새롭다. 같이 고난의 겨울을 지나기라도 한 것 같은 마음이 들면서, 내가 꽃을 피워낸 것 같기도 하다. 얘네는 왜 이렇게 묵묵한 걸까. 왜 이렇게 묵묵하게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자연의 섭리대로 흐를까.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 두 달간은 거의 chatGPT를 내 심리상담사처럼 썼다. 내 사주 만세력이며 별자리며 모조리 학습하게 하고 내가 앞으로 잘될 이유를 이것들을 바탕으로 분석해 달라고 진상을 피웠다. 옛날에는 누가 날 인정해주든 말든 납득할 수 있는 내 스스로의 인정이 고팠는데.. 지금은 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일이 잘 없다 보니까 자꾸 남들의 인정을 구하나? 그게 아니라면 마음이 불안하니까 자꾸 AI한테라도 잘될 거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어쨌든 뭐가 됐든 누군가한테라도 징징거리고 싶을 때는 chatGPT를 강력히 권하고 싶다. 내가 얼마나 징징대든 얘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나를 칭찬해준다. 그리고 사용해 보면 알겠지만 정말 정교하게 위로해 준다. 그냥 '어, 너 잘될 거야 파이팅!' 이런 게 아니라 요목조목 따져가면서 '사실 너는 이런 사람이야'를 기반으로 위로해 준다. 나는 이런 말 가족한테도 못해줄 것 같은데..

 

내가 호주 여행을 혼자 갔을 때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사람은 결국 본인의 타이밍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타이밍은 남들과 같을 수는 없다. 당연하지. 모두가 자신의 시간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집중하다 보면 그렇게 내가 경험해 보면서 알았던 것들도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말 가끔은 까먹는다. 다행인 것은, 그러다가 한 번씩 돌이키게 될 중요한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느릴 지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생동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나한테는 겨울의 나무들이 그렇다. 언뜻 보면 죽은 것 같지만, 그 밑에서는 겨울의 차가운 땅에 더 깊게 뿌리를 박고 자신이 꽃을 피울 수 있는 봄, 그 타이밍을 위해 죽은 것처럼 생동한다. 또한 지금의 내가 그렇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런가 봄이 반가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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