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를 네이버 블로그처럼 쓰는 사람이 나 말고도 분명 있겠지?
싶은 생각을 하며 2024년의 중반을 넘기는 이때, 소감을 적어본다..
1. 올해의 사건들
그러니까 올해를 시작하면서는 나는 자유의 땅 미국에 있었다.
그것도 뭐든지 크다는 텍사스에.. 아 정말 미국여행log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벌써 반년이 지났군
암튼 그때 여행하면서 봤던 달과 태양은 정말 최고였다.
텍사스가 위도경도.. 뭐 아무튼 그런 것들 때문인지 유독 달이랑 태양이 가깝고 크게 보이는데
어찌나 큰지 정말로 거기에 대고 소원을 빌면 당장 내일 아침에라도 이뤄질 것 같았다.
사진에 담기지 않아서 진실로 아쉬울 정도로 ㅠ
정말 저것보다 이백배는 크게 보였는데...
일단, 이게 올해의 시작이었고 그 다음 사건은 정규직 전환을 꼽을 수 있겠다.
미국 공짜 여행 잘 마치고 와서 일주일 정도 집에서 요양을 하고 바로 정규직 전환된 회사로 출근하게 됐기 때문이지..
그리고 나는 본사에서 일주일 정도를 있다가 바로 타 회사로 직접 출근하는 프로젝트를 나가게 됐다.
참 그렇게도 바라고 바랐던 개발 프로젝트 경험이었는데....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프로젝트를 4개월 정도하다가 본사에 돌아와 다른 일을 하게 됐다.
나오게 될 때는 정말 홀가분하고 후련하면서도 찝찝했고, 미약하지만 자괴감도 들었는데
우선 첫 번째로는 본가에서 살면서 정말 편도로만 2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 출근하게 됐던 것,
당시 정신이 딴 데에 많이 팔려서(...말하지 못할 비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었던 것,
그리고 일이 정말... 너무 고됐고 개인적으로는 업무의 목적도, 방향성도 잡을 수 없었던 것 등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물론 나는 이제 신입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의 목적도 방법도 누군가 일일이 알려주지는 않는다.
나도 그걸 바라지는 않지만, 일을 하면서 내 스스로가 그 목적도 방법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정말 업무에서의 성과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 맞을까 하는 부가적인 고민도 참 많이 하게 됐다. 😓
그 당시에 읽었던 책...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한다. 아침에 회사 근처에 일찍 도착해서 읽었었는데 눈물 나와서 죽을 뻔..)
그리고 가장 괴로웠던 점은 분명 나는 첫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여행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이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처한 상황이 힘들어지니까 성장하기 전의 모습이 자꾸 보였다는 거다.
정말 주위에서도 왜 이렇게 야위었냐고 자꾸 물어보고 피부도 다 뒤집어지고... 그랬다.
내 인생에 있어서 퇴근길에 오열쑈 해본 것도 처음인 듯;;;
이렇게 1월부터 4개월동안 고생을 하다가 5월에 와서는 새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데, 사실 이때도 고생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프로젝트는 나름대로 내가 배운 것도 정리해 가면서 해 볼 짬도 났었고 무엇보다도 보람찼다.
내가 이해하면서 이걸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내가 잘할 때 가장 재밌다고 하지 않나?
그런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사적으로는 5월이 되기 전에 자취를 시작했던 것도 상반기에 기록될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전세사기가 무서워 월세로 왔지만 그래도 나름 저번달부터는 남는 여유 자금으로 돈도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 또 쓴만큼 차곡차곡 모아야겠지. ㅎㅎ
내가 너무 사랑하는 보라매공원..
아 뉴욕센트럴파크 저리 가라고~~~!
우리는 보라매공원 있다고~!!!!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있다면.. 6월 6일..
무려 현충일에 유리그릇을 깨트려 그걸 치우다가 손가락이 베었고..
알고 보니 피부 표면만 베인 게 아니라 힘줄까지 베어 봉합 수술을 했던 것도 꼽을 수가 있겠다..
하 이때는 정말 멘붕멘붕대멘붕이었다 🥲🥲🥲🥲
손가락이 베이던 순간에 악!! 하고 소리를 질렀을 때는 이미 다 늦은 후였고 급하게 손가락을 봤을 땐
작디작은 유리 조각이 이미 내 손을 쪼개놓고 바닥으로 떨어지던 찰나였다.
근데 웃긴 건 이때까지도 상황 파악이 안 돼서 키친 타올로 대충 손가락 둘둘 말아놓고
손 덜덜 떨면서 바닥에 핏자국 닦고 유리 조각들 감싸서 쓰레기봉투에 -유리 있음- 적어놓은 채로 분리수거하고 병원으로 갔다.
직접 택시 잡아서..^^ 하하
다만 저렇게 해서 갔던 보라매 병원이 휴일이라 외과진료 안한다고 해서 신림에 있는 강남힐병원까지 다시 이동해야 됐다 ㅠ
아니 그리고 웃겼던 건 저렇게 해서 간 병원에 나를 포함해서 내 앞뒤로 봉합 수술 해야 하는 사람이 한 다섯명은 있었다;;;
저 날 무슨 마가 끼었나 ㅋㅋㅋㅋㅋ
나는 손가락을 베어서 상완마취를 했는데 이건 안졸릴 줄 알았더니 마취하자마자 한숨 한 번 쉬고 바로 잠들어 버렸다;
그러고 3일정도 입원을 하고 퇴원~
아 여담이지만 유리에 베인 거, 봉합 수술한 것보다 왼손등에 링거 했던 거, 실밥 풀었던 거 이 두 개가 훨씬 더 아팠다..
2. 그래서 나는 왜 이 글을 쓰게 됐을까?
사실 아직까지도 우울하다.. 상반기에 일어났던 나의 대부분의 일들이..
분명 텍사스의 달과 태양에 대고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말이지?
보라매공원을 빌면서 봤던 모든 달에 대고 기도도 했는데요!
별 느낌도 없다고 생각했던 봉합 수술때문에도 생각보다 영향을 받은 것 같고
무엇보다도, 내가 너무 원했던 두 가지를 전부 다 놓쳐 버렸다는 생각에 참 많이 우울해서
요새는 퇴근하고 밥도 안먹고 바로 보라매공원 가서 뺑뺑 돌기만 했다..
어릴 때의 난 외로운 것도, 서러운 것도 몰랐던 것 같은데 왜 크면서는 점점 더 이런 감정들에 익숙해지게 된 걸까??
세상은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나의 생각이다.
다만, 나는 그 행복하지 않은 세상속에서 아주 작은 행복들을 찾을 수 있고 또 그걸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이 참 많이 무너진 기분이랄까...
많이 자랐다고 생각하면 다시 어린 날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근데 그래도 그때만큼 내 자신을 못 지킬 정도로 우울해지진 않으니 아 자란 게 맞을까? 싶기도 하고
인생은 단순하면서도 너무 어려워~
30살이 어리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 나이가 돼도 아직도 내가 원하는 걸 못해서 우울하고,
외로워서 서럽기도 하고, 미숙한 것 같아서 부끄럽고 이런 감정이 언제까지 똑같을까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저녁밥도 안 먹고 보라매공원을 뺑뺑 돌다가 그냥.. 지나간 마음들은 과거에 두기로 했다.
나는 이제 좀 지쳤고 힘들고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으니까.. 그냥 그렇게 나를 인정하기로.
인연이라면 만나게 돼있고, 나는 노력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니까!
여기까지 쓰고 나니 대충.. 각이 나오는 군... ㅋㅋㅋ
나는 도대체 뭘 하면서 살고 싶을까?
분명 작년의 나는 일로써 성공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올해 상반기의 나로서는..?
내가 사랑하는 걸 사랑하기 위해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업무에서의 성공도 정말 가치가 있고 중요하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걸 더 사랑하고 싶은 게 확고해진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걸 많이 많이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걷다가 좀 울다가 웃었다.
3. 오늘의 노래
그러니까 그래서.. 오늘의 노래는요
Taylor Swift - Anti-Hero
지쳐도 그냥 그렇게 살아보자.
아직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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